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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칼릴지브란/Krystian Zimerman-Beethoven-Piano Concerto No 2, Op 19

눈내리는 새벽 2016. 11. 6. 19:50

https://youtu.be/Lexcal5 PFG8? si=-kSAjB0 S4 hlWS3 XA


친구야 / 칼릴지브란-

친구야 , 겉으로 보이는 게
내 참모습은 아니란다
겉모습은 다만
걸친 옷에 지나지 않아.

너의 의심으로부터 나를,
나의 소홀함으로부터
너를 지켜 주려고
조심스레 지은 옷이란다.
 
그리고 친구야, 내 안의 '나'는
언제나 침묵의 집에 머무르고 있어서
끝끝내 알아볼 수도 다가갈 수도 없단다

굳이 내 말이나 행동을 네가 믿어 주길
바라진 않겠어.
내 말은 바로 네 생각이 소리로 나온 것이고
내행동은 네바람이실행에 옮겨진 것뿐이니까

네가 서풍이 부는구나 "하고 이야기하면
나도 "맞아, 서풍이야"하고 말한단다
그것은, 내 마음이 바람이 아니라
"바다"에 가 있다는 것을
네게 굳이 알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야

바다를 떠다니는 내 마음을
너는 이해할 수 없고
나도 네가 이해하기를 바라지 않아,
나 홀로 바다에 있고 싶으니까.

친구야 네게는 낮일지라도 내게는 밤이란다
그럴 때에도 나는 언덕 위를 춤추는
한낮의 햇살과 계곡을 감도는 자줏빛
그림자에 대해 이야기하지

너는 내 어둠이 부르는 노래를
듣지 못하고 별을 향해 퍼덕이는
내 날갯짓을 볼 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네가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게 나도 좋아
나 홀로 밤과 있고 싶으니까

네가 네 천국으로 올라갈 때
나는 내 지옥으로 내려간단다.
건널 수 없는 골짜기 저편에서
네가 내게" 나의 벗, 나의 동지!" 하고 소리치고
나 또한 네게 나의 동지, 나의 벗! 하고 답하지.

지옥의 불길에 네 눈이 멀 것이고
지옥의 연기가 네 폐에 가득 찰 테니까
그리고 나는 내 지옥을 너무 사랑하기에
네가 거기 들르는 것을 바라지 않아
나 홀로 지옥에 있고 싶으니까

너는 진리와 아름다움과 의로움을 사랑하고
그래서 너를 위해 나는
그런 것을 사랑하는 일이
바람직하고 어울린다고 말하지.
그렇지만 속으론
그런 너의 사랑을 비웃는 단다
그래도 내 웃음을 네게 보이고 싶지 않아
나 홀로 웃고 싶으니까

친구야, 너는 착하고 신중하며 지혜로워
아니, 완벽해, 그래서 나 역시 조심조심
지혜로이 너와 이야기를나눈단다
그래도 나는 광인이야.
그렇지만 나는 광기를 숨긴단다
나 홀로 미치고 싶으니까.

친구야
너는 내 친구가 아니야.
하지만 어떻게 너를 이해시키지?
너와 나는 갈 길이 서로 다른데
우린 이렇게 함께 걷고 있구나.
손에 손을 잡고서.

狂人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