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칼릴지브란-
친구야 , 겉으로 보이는 게 내 참 모습은 아니란다
겉모습은 다만 걸친 옷에 지나지 않아.
너의 의심으로부터 나를, 나의 소홀함으로부터 너를
지켜 주려고 조심스레 지은 옷이란다.
그리고 친구야, 내안의 '나'는
언제나 침묵의 집에 머무르고 있어서
끝끝내 알아볼 수도 다가갈 수도 없단다
굳이 내 말이나 행동을 네가 믿어 주길 바라진 않겠어.
내 말은 바로 네 생각이 소리로 나온 것이고
내 행동은 네 바람이 실행에 옮겨진 것뿐이니까
네가 서풍이 부는구나 "하고 이야기하면
나도 "맞아, 서풍이야"하고 말한단다
그것은, 내 마음이 바람이 아니라
"바다"에 가 있다는 것을
네게 굳이 알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야
바다를 떠다니는 내 마음을 너는 이해할 수 없고
나도 네가 이해하기를 바라지 않아,
나 홀로 바다에 있고 싶으니까.
친구야 네게는 낮일지라도 내게는 밤이란다
그럴 때에도 나는 언덕 위를 춤추는 한낮의 햇살과
계곡을 감도는 자줏빛 그림자에 대해 이야기 하지
너는 내 어둠이 부르는 노래를 듣지 못하고
별을 향해 퍼덕이는 내 날갯짓을
볼 수 없을테니까. 그리고 네가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게 나도 좋아
나 홀로 밤과 있고 싶으니까
네가 네 천국으로 올라갈 때
나는 내 지옥으로 내려간단다.
건널 수 없는 골짜기 저편에서
네가 내게" 나의 벗, 나의 동지!" 하고 소리치고
나 또한 네게 나의 동지, 나의 벗!하고 답하지.
지옥의 불길에 네 눈이 멀 것이고
지옥의 연기가 네 폐에 가득 찰테니까
그리고 나는 내 지옥을 너무 사랑하기에
네가 거기 들르는 것을 바라지 않아
나 홀로 지옥에 있고 싶으니까
너는 진리와 아름다움과 의로움을 사랑하고
그래서 너를 위해 나는 그런 것을 사랑하는 일이
바람직 하고 어울린다고 말하지.
그렇지만 속으론 그런 너의 사랑을 비웃는단다
그래도 내 웃음을 네게 보이고 싶지 않아
나 홀로 웃고 싶으니까
친구야, 너는 착하고 신중하며 지혜로워
아니, 완벽해, 그래서 나 역시
조심조심 지혜로이 너와 이야기를 나눈단다
그래도 나는 광인이야.
그렇지만 나는 광기를 숨긴단다
나 홀로 미치고 싶으니까.
친구야 너는 내 친구가 아니야.
하지만 어떻게 너를 이해시키지?
너와 나는 갈 길이 서로 다른데
우린 이렇게 함께 걷고 있구나.
손에 손을 잡고서.
狂人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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