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夏

[무쇠소는 사자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쏘다

눈내리는 새벽 2010. 8. 3. 12:07

[무쇠소는 사자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쏘다

상에 머물러 보시를 하면
천상에 태어나는 복이 된다.

마치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쏘는 것과 같아서

위로 올라가는 힘이 다하면
화살은 도리어 떨어지고
내생의 사람이 여의치 못하다.

어찌 무위의 실상문에서
한번 건너뛰어 여래의 경지에
들어가는 것과 같겠는가.


住相布施生天福  猶如仰箭射虛空  勢力盡箭還墜
주상보시생천복 유여앙전사허공
세력진전환추

招得來生不如意  爭似無爲實相門  一超直入如來地
초득래생불여의 쟁사무위실상문
일초직입여래지

- 증도가(證道歌)  

사람들은 복 짓는 일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복 많이 지어라”,
“복 많이 받아라”하면서
복주머니까지 오고 간다.
사람이 사는 데 그만큼
복이 중요해 서다.

그러나 불교에서 수행을 하는
입장이 되면 그 뜻은 달라진다.

유루복(有漏福)은
삼생의 원수라고 생각한다.
왜 그런가 하면 복을 짓느라고
한 생을 허비하고
다음에는 그 복을 받느라고
또 한 생을 허비하기 때문이다.

그다음 한 생은 복진타락(福盡墮落)이라고 하여,
현재의 삶 보다도 더욱 몹쓸 곳에 떨어져
역시 공부를 할 수 없는 입장이 된다.

그래서 진정한 수행자는 굶어 죽지 않을 정도면
가난한 것이 오히려 공부하기에  
훨씬 좋다는 주장을 한다.

대개 복이란 밑 빠진 독과 같은
유루복이다. 왜 그런가 하면
모두가 상에 집착하여
복을 짓기 때문이다.

『증도가』에서
영가(永嘉) 스님이 하시는 말씀처럼...

그와 같은 복은 마치 하늘을 향해서
화살을 쏘는 것과 같아서
위를 향해 올라가는 힘이 다하면
도리어 내려오게 되어 있다.

내려오면 땅 속 깊이 꽂힌다.
화살이 망가진다.

내생의 삶이 여의치 못함을
불러온다는 말은 이러한 뜻이다.

복진타락 하면 지금 보다도
더 열악한 환경을 만나게 된다.

깨달은 사람의 눈에 복이라는 것이
이렇게 보인다면, 그와 같은 복을
지을 필요가 있겠는가.

복을 지으려면 변하지 않고
새지 않는
무루복(無漏福)을 지어야 한다.

진정한 불교의 가르침은
무위의 문이며,
실상의 문이며,
텅 빈 공문(空門)이다.

무위와 실상과 공이기 때문에
어떤 공덕을 쌓거나
수행을 쌓거나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 생각 돌이켜서
눈을 뜨면 끝이다.

그야말로 한 번 뛰어서
여래의 경지에 들어가는
일초직입여래지(一超直入如來地)다.

진짜 불교는 이렇다.
그 외에는 모두가 가짜고 거품이고 방편이다.

일처직입 여래지란 무엇인가.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행관은 복을 짓거나 공덕을 닦거나
참선, 염불, 산경, 주력, 참회, 절_ 등
육도만행과 팔만사천 방편문을
다 닦아서 앞으로 올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깨달음의 노래인 증도가의
입장은 다르다.

지금은 없는 모습, 미래에 올 가상의
자신의 모습은 모두가 허상이다.

유위며 조작이다.
여래의 경지란 조작이나
미래에 올 허상이 아니다.

지금은 없으나
미래에 올 그 무엇도 아니다.

도란
어느 한순간도 자신을
떠나 있지 않다고 하지 않던가.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보고 듣고 숨 쉬고 알고 느끼는 것,

그리고 부르면 대답하고
꼬집으면 아픈 줄 아는
그 자체만이 진실이고
그것만이 나의 당체다.
그것을 알면 다 된 것이다.

더 이상의 공을 베풀 필요는 없다
[覺卽了不施功].

1초도 걸리지 않으며
촌보도 옮기지 않는 자리다.

진짜 불교는
이렇게 간단명료하다.
가짜 불교만이
복잡하고 장황하다.

부처님이나 조사들도
가짜를 설명할 때는
보통의 상인들처럼 설명이 길다.

상대의 눈치를 본다.
근기를 저울질해서 설법하는 경우다.

그러나 진짜를 내어 놓을 때는
그렇지 않다.
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고는 끝이다.

알면 알고 모르면 그뿐이다.
절대로 눈치를 살피는 일은 없다.

손가락 하나를 세워 보이는 것으로 법문 끝.

고함을 지르거나
몽둥이를 한 번 휘두르면 더 이상은 없다.

진짜는 이렇게 설명이 없다. 간단명료하다.

실상이며 무위며 공인
여래의 경지이기 때문이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 뽑은 명구 100선  
④  [소를 때려야 하는가, 수레를 때려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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