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행자이던 이란 제목은, 어쩌면 육조의 혜능의 가장 빛나는 모습은 행자 시절이 아닐가하여서 붙여 본다.)
혜능 스님이 홍인조사의 지시대로 남쪽으로 내려와 16년간 숨어지내다가
마침 인종법사가 열반경을 설한다는 말을 듣고
법성사라는 곳에 아직은 머리를 깎지 않은 행자의 신분으로 잠시 머물게 되었습니다...
그 때에 법성사에는 법사의 설법을 듣기 위해 여러 곳에서 스님들이 몰려와 있었습니다.
밤이 되자, 바람이 불어 절에 있는 깃발이 흔들렸습니다.
그것을 본 스님 두 사람이 논쟁이 붙은 것입니다.
한 스님이 "깃발이 움직인다." 하고, 또 한 스님은
"아니다. 바람이 움직인다."하여
좀처럼 답이 나질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혜능 행자가 그 말들을 듣고
"아니오 그것은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스님들의 마음이 움직인는 것입니다."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 말을 하는 것을, 마침 그옆을 지나가던 인종법사가 듣고는 깜짝 놀라서 기이하게 여기며
범상치 않게 생각하다가, 문득 16년전에 오조 홍인조사의 의발을 전수받은 사람이
아직 머리를 깎지 않은 행자며, 또 남쪽으로 피신하여 내려왔다는 사실을 기억해냅니다.
그래서 다음날 혜능 스님을 불러 자초지종을 묻자,비로소 혜능 행자가 자신의 신분을 밝힙니다.
그러자, 인종법사는 그 자리에서 홍인 조사께서 전하신 가르침과 의발을 청합니다.확인작업이지요.
혜능 행자가 홍인으로부터 받은 의발을 보이고 심법을 설하자,모든 것이 확실해진 인종법사는
예법대로 혜능스님에게 비구계를 설하고 정식으로 머리를 깎아 줍니다.
그리고는 바로 그 자리에서 오조 홍인조사의 의발을 전수받은 조사에 대한 예와,
제자로서 스승에 대한 예를 올립니다.비로소 행자 혜능이 스님이 됨과 동시에
제 6조 대사로 등극하게 되는 것입니다.
깃발이 움직이느냐, 바람이 움직이느냐 하는 것은
사실, 깃발이 움직이든 바람이 움직이든,깃발이 펄럭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냥 그렇게 인연에 의해 펄럭이고 있을 뿐,
그 것이 깃발이 움직이느니 바람이 움직이느니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 것이 진리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그냥 그러한 것을 가지고 옳다 그르다 하며
시비하는 그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있을 뿐이지요.
그리고 실지로도, 일체 유심조라고 모든 것이 마음이 짓는 것입니다.
본래 성품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바람도 깃발도 움직이는 성품이 없습니다.
그 무엇도 스스로 움직이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그렇게 인연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을 뿐입니다.
그냥 그렇게 보면 됩니다.
그러면 마음에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냥 그럴 뿐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그냥 보지 않고
분별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마음이 움직이게 되는 것입니다.
세상 살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 살이 그 어느 것도 스스로 움직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그렇게 때가 되고
인연이 되어, 일어나고 사라질 뿐입니다.
그 것을 그냥 그렇게보면
마음이 고요하지만,
그것을 따지고 옳고 그름을 나눈다면,
곧 마음이 움직여 분별과 논쟁이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혜능 스님이 말한대로
'그대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라는 것입니다.
혜능의 깃발 검색어로 웹에서 퍼온 글
.
혜능 대사가 열반에 즈음하여 대중 스님들에게 일렀다.
"나는 신주로 떠나겠으니 배를 준비하라."
대중들이 울면서 만류했으나 뿌리치며 말했다.
"모든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것도
가시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이니라."
"신주로 가시면 언제 돌아오십니까?"
"잎이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간다.
올 때엔 잎이 없느니라."
"스님의 법은 누구에게 전하시겠습니까?"
"道 있는 이가 얻고,
마음이 없는 이가 얻느니라."
이렇게 말한 혜능 대사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간 뒤 70년 만에
두 보살이 동쪽으로 올 것인데 한 사람은 출가하고
한 사람은 세속에 있으면서 교화를 하여나의 종지(宗旨)를 세우고 크게 법을 일으키리라."
이 말을 남기고 바로 신주의 국은사로 갔다.
이곳에서 공양을 마치고 가사를 입으니
이상한 향기가 방안에 으니가득하고 흰 무지개가 땅에 박혔다.이 순간 혜능 대사는 열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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