意識-書

깨뜨리고 끊고 부수어 本來面目

눈내리는 새벽 2008. 2. 3. 09:09

                                                    

  

                                                         

 



 

 

아주 오랜 옛날에 부부가 살았다지요

 

 

서로 믿고 의지하고 살면서

큰 소리 한번 안나던 집이

갑자기 시끄러워 진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술이라는 요상한 음료 때문이었답니다 

어느 날 저녁에 남편은 부인에게 목이 마르니

광에 가서 술을 한대접 가져 오라 이릅니다 

 

부인은 예하고 일어 나

광으로 가면서 남편과 같이 한잔 하겠다 싶어

  기분이 좋습니다  마침 불은 없고

 익숙하게 드나들던 곳이라

달빛이 어슴프레 비치는 광에 들어 가

술이 가득 담긴 단지 뚜껑을 엽니다

잘 익은 술맛과 향이 코끝을 스치는데

부인은 그만 못 볼 것을 보고 맙니다

 

단지 속에는

남편이 자기 몰래 감추어 둔듯

아리따운 여인이 자신을 바라 보며

놀란 표정으로 있는 것이었습니다

남편과의 술 한잔 생각에 기분이 좋던 부인은

그만 온갖 만정이 다 떨어져 나가고

나 몰래 아릿다운 여인을 숨겨두고

    나 몰래 만나는 남편에 대한 미운 감정으로

 속이 끓어 오릅니다

 

술 대접이고 뭐고 다 팽개쳐 버리고

방으로 뛰쳐 들어 가 다짜고짜

남편을 향해욕지거리를 퍼 붓기 시작합니다

갑작스런 부인의 모습에 정신을 못차리던 남편은

부인의 기세가 약간 누그러든 틈을 타서

도대체 왜 그렇게 흥분하여 난리인가 물어 보니

부인은 광 속에 숨겨둔 여인을 이야기 합니다

 

어이가 없어진 남편은

도대체 어떤 여자가 숨어 있다가 우리식구를

 그렇게 화가나게 하였나 싶어

광으로 가서 술독을 열어 보니 이번에는

 아릿다운 여인이 아닌 잘 생긴 남자 하나가

 자기를 바라 보고 있습니다

 

남편 역시 이것 저것 따질 것 없이

방으로 뛰어 들어가 부인을 보고는

네가 어떤 외간 남자를 숨겨 놓고는

적반하장 격으로 외려 나보고 어쨌다 하느냐

 하면서 한바탕 난리 굿을 해대니

 

부인 역시 도대체

남편이 무엇을 보고 와서 저러는지

알수가 없고 머뭇거리며 주춤합니다

이때 두 부부의 싸움이 너무 심하여

이웃들이 다들 구경을 하느라  모여드는데

 

두 사람은 아랑곳 없이 만난 날 이후

처음으로 대판 싸움을 하며

사네 못사네 소리를 지릅니다

 

옆집에 사는 똘똘이는 나이는 어리지만

평소에 어른들이 못 푸는 문제도 잘 해결하는 아인데

보다 못해 똘똘이가 두분이 왜 그러시는지

알고나 구경하십시다 하고 나섭니다 

 

두 사람이 여차 저차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가 본 것이 맞다고 주장하는 틈을 타서

똘똘이는 광 안으로 들어 가서 술독을 보니

거기에는 여인도 남자도 아닌 어린 아이가

자기를 쳐다 보는데 똘똘이는 깨닫습니다 

 

아하 이랬기 때문에

두분이 싸우시는구나 하고

다들 광 속으로 들어 와 보라 하여

셋이서 술독을 들여다 보게 하니

 

여인에게는 자기 남편의 얼굴이 보이고

남편에게는 자기 부인의 얼굴이

똘똘이를 사이에 두고 보입니다

 

두 사람은 비로소 연유를 깨닫고 게면쩍어 하는데

똘똘이는 작대기를 들어 한번 후려 칩니다

 

남편과 부인 중에 누구를 후려 쳤느냐고요 

 똘똘이가 후려 친 것은 바로 술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