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년 冬2

첫 눈내리던 날 . .

눈내리는 새벽 2009. 12. 5. 21:22

벗이여  . . .
바람에 휘날리며 내려오는 첫 눈을 보았나요
얼마나 멋진 모습으로 날아가는지
저리 빗살로 내리는 눈은 처음 보고 있어요  
바람이 어찌나 손살같이 불고 하이얀 눈들은
멋지게 휘돌아 날던지요
재 빠르게 위에서 아래로 다시 사선으로 빗금을
긋는가 하면 이어서 빙글 돌다가 다시 지층으로
치닫아 내려 꽂히더니 눈송이들은 이내 직각
으로 솟아 오르며 춤을 추는 것이 아니겠어요
이처럼 눈의 장엄한 춤은 처음이어서
하얀 춤꾼의 
황홀한 무아경에 빠져들고야 말았습니다  
앞 산을 배경으로 광풍에 빗껴 날리다가 
수평으로 옆으로 밀려가기를 반복 하는 함박
눈송이의 경이롭고 장엄한 춤을 어떻게 놓치겠는지요 
난 너무나 아름다운 눈송이들의
초고속 춤을 바라보다가 손녀의 백일날이라 더 볼 수 없이 밖으로 나갔지요
눈들은 차 위로 수없이 부딫쳐 왔지만 눈송이 들에게
멋진 감흥을 더는 놓진 못하 였어요
무역센타 근처로 가는 길이 촉박 하였 는 걸요. 
차를 몰고 가는 깊은 밤에 휘날려 온 하얀 눈꽃은 
첫 발을 떼는 신부에게 꽃 가루를 뿌려주는
것처럼 마냥 설레이임도 있었지만  
숲 속으로 달려가는 길 위에서 만난 빗금쳐 온
저 눈들은 산야를 하얗게 덮으면서
바람을 타고 빠르게 휘날리며 내렸답니다
 
그렇군요 이 눈은 지난 상념 어딘가 에서 순환하지
아니하는 내 가슴 속을 통과하라는
힘찬 군무처럼 느껴져요 
돌아오는 길엔 휘날리던 눈발이 어느새 모두 녹아 있었어요
삽시간에 녹은 눈처럼, 얽힌 내 사념들도
다 녹아버리길 바래봅니다 
그런데 어쩌죠
항상 눈꽃의 춤만 여태 알고 눈꽃 하나만 비추었으니..   
강하고 부드런 바람 , 보이는 눈꽃
뒤에 진정한 주역이 있는 줄을 몰랐죠 
언제나 바람이 그를 데리고 평생을 다녔건만
주역에게는 시선을 주지 못한 걸요 
한 눈 파느라고 어디에 촛점을 두었는가를 나 모른 것입니다
바람에 제 옷깃을 휘날리는 것이 눈꽃이란 사실을 잊었더랬습니다.. 
어쩌면 찬라 속에 눈꽃이 나인지도 모르고 
한번도 그 바람에 나를 내 맡긴 적이 없다뇨
오히려 바람을 거스르려 하였죠. 그 바람에 나붓길때가 자유롭다고는 생각도 못한 걸요
바람에 휘날리던 한송이 눈처럼 아무 이름없이 다시 순환하는
존재의 가벼움 무언지는 더욱 모르고...                   
 



  ~~~~~•~~~~•~~~~~~
시집간 딸애가 대답하길, 엄마가 눈온다고 전화하실줄 알았어요,하여
그만 쿠쿡 웃음이 터지더군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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